강릉의 가뭄... 그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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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가뭄... 그 안에서

봄꽃 0 656 09.02 12:09


강릉의 가뭄은 상상보다 더 깊고, 더 고통스럽다.

수돗물은 제한되고, 땅은 갈라지고, 매일같이 하늘만 바라보는 날들이 이어진다.
남대천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거기서 사는 물고기들의 가여운 운명을 바라보기가 괴로웠다.


이 가뭄은 단지 땅만 말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까지 바싹 타들어가게 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한가운데 있다.
이 고통을 피할 수 없는 현실로서 겪고 있다.


이 절박한 가뭄의 현장에서
나는 물 만큼이나 절실한 질문 하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타인의 고통에 어떻게 응답해 왔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늘 기도로, 기도면 충분하다고 여겨왔다.
누군가가 아프다고 하면, 힘들다고 하면,
"기도할게요"라는 말로 내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언제나 진심이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이 가뭄 속에 직접 놓여 보니
그저 기도로만 응답했던 나의 태도에 질문이 생겼다.

기도는 시작이지만, 그 고통의 무게에 함께 발을 담그지 않는다면

그것이 진정한 연대였을까?


예수님은 고통 받는 자들을 위해 기도만 하시지 않았다.
그분은 몸소 고통 속으로 걸어 들어가셨다.
손을 내밀고, 눈물을 흘리고, 함께 아파하셨다.
그 사랑은 멀리서 중보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함께 짊어지는 삶의 참여였다.


지금 강릉의 가뭄은 나로 하여금 ‘연대’를 다시 정의하게 만든다. 

연대란 단지 기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존의 응답이다.

누군가의 갈증을 나의 목마름으로 받아들이는 것,
내가 가진 물을 나누는 것,
시간을 내어 함께 서 있는 것,
고통의 자리로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다.


조금 더 욕심내자면,
이 와중에도 타인을 향한 미소를 잃지 않는 것.


위기의 한복판에서야 나는 비로소 인간다움과 신앙의 본질을 마주한다.

이 가뭄은 나에게 단순히 비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내 안의 믿음이 사랑으로 물들어가는 시간이다.
 

삶이 불편해지고, 고통이 현실이 되면서,
조금씩 깨달아 간다.

연대가 무엇인지,
예수님의 사랑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그러나 이제는, 기도가 끝나고 난 뒤
내가 어떻게 할지 더 깊이 묻는다.

그리고 바란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이웃을 향한 나의 사랑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흘러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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